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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으로 다시 쓰인 판결, 그 아홉 달 동안의 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형기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 결과를 만든 자료들을 거슬러 살펴봅니다.

아청법 항소심 감형

Ⅰ. 사건의 개요

항소심의 결론은 징역 3년이었습니다. 1심이 정한 형의 절반이고, 함께 붙어 있던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명령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 전까지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의뢰인은 무작위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열여섯 살 학생을 알게 되었고, 서울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지방에 살던 학생을 불러올렸습니다. 이후 문제된 행위에 여러 법조가 붙었고, 수사가 이어지면서 다른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혐의까지 확인되어 죄명은 모두 여덟 개가 되었습니다.

1심은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선고는 징역 6년, 의뢰인은 법정에서 그대로 구속되었습니다. 변호인이 사건을 맡은 것은 그날 가족이 찾아오면서였고, 항소심 선고까지는 아홉 달이 걸렸습니다.

Ⅱ. 사건 쟁점

빠져나갈 구멍이 애초에 좁은 사건이었습니다. 상대가 미성년자인 경우 법이 정해 둔 처벌의 출발선 자체가 높습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 놓인 두 혐의는 최소 5년에서 시작하고, 나머지 혐의들도 각각 5년과 3년이 바닥입니다. 여기에 나머지 네 개까지 한꺼번에 놓이면 그중 제일 무거운 것을 기준으로 다시 형이 얹히므로 위쪽 한계도 함께 밀려 올라갑니다.

그러니 남은 문제는 몇 년을 살고 나오느냐 하나였습니다. 이 숫자를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이 상대의 마음인데, 미성년자가 얽힌 사건에서는 본인이 됐다고 해도 끝이 아닙니다. 부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함께 따집니다. 그런데 자녀가 이런 일을 겪은 부모가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은 좀처럼 있기 어려운 일입니다. 1심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끝난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다만 항소심에는 1심에 없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선고까지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 안에 무엇을 얼마나 만들어 두느냐가 판결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변수였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판결이 바뀐 지점을 뒤에서부터 되짚으면 네 개의 자료가 나옵니다.

선고 직전에 도착한 것 — 처벌불원 서면

항소심 재판부가 형을 낮출 근거로 가장 무겁게 본 것은 피해자와 그 부모가 함께 낸 서면이었습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심에서 끝내 채워지지 않았던 항목이 여기서 채워졌습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서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별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다른 상대가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법원에 냈습니다. 이 사람은 1심 때에도 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이인데, 결국 6년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관대한 판단을 구해 준 것입니다.

그 앞에 있었던 것 — 형사공탁

그런데 피해자 측이 처음부터 마음을 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접촉이 여러 차례 무산되는 동안 변호인이 택한 방법은 공탁이었습니다. 의뢰인은 피해자를 위해 2,000만 원을 법원에 맡겼습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갚으려는 의사가 말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서류로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처벌불원 서면은 그 뒤에 나왔습니다.

더 앞에 있었던 것 — 자백

공탁이나 사과를 꺼내려면 그 전에 정리되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1심에서 의뢰인은 공소사실의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네는 사과는 상대에게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에서 제일 먼저 정리한 것이 이 대목이었습니다. 의뢰인은 그때까지 붙들고 있던 부분까지 놓고, 모두 자기가 한 일이 맞으며 후회하고 있다는 입장을 법원에 냈습니다. 이제 와서 그런다고 소용없다고 볼 일은 아닙니다. 법정에서 끝내 굽히지 않는 사람과, 늦게라도 고개를 숙이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홉 달 내내 있었던 것 — 상담 이수와 가족의 접견

말로 하는 다짐은 누구나 합니다. 그것을 종이로 바꾸는 일이 같은 기간에 진행되었습니다. 갇혀 있는 동안 의뢰인은 한 달가량 전문 기관의 상담 프로그램을 받으며 성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을 손보았습니다. 그 뒤 받은 검사에서는 다시 저지를 우려가 가장 낮은 쪽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전에 비슷한 처벌을 받은 이력이 없다는 것, 이번 일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것, 같은 상황에 다시 놓여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그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나온 다음에 어디로 가느냐도 보여야 했습니다. 아들이 갇힌 날부터 부모의 일과는 면회였습니다. 문을 닫는 날을 빼면 사실상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세어 보니 168번이었습니다. 아버지 쪽은 사정이 더 어려웠습니다. 신장 하나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는데도 그 길을 계속 오갔습니다. 부모가 법원에 낸 글에는 출소하면 데리고 살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붙들겠다는 말과, 남은 평생 아들과 함께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겠다는 말이 각각 적혀 있었습니다.

Ⅳ. 결과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형이 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깨졌고 새 형은 3년으로 정해졌습니다.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알리는 명령까지 함께 떼어 냈는데,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적혔습니다. 같은 종류로 벌을 받은 이력이 없어 위험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형을 살고 프로그램을 마치는 것으로 이미 그 목적은 이룬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슬러 보면 마지막에 도착한 처벌불원 서면 하나가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서면이 나오려면 공탁이 앞서야 했고, 공탁을 꺼내려면 자백이 먼저 정리되어야 했으며, 그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려면 다시 그러지 않으리라는 근거가 함께 있어야 했습니다. 아홉 달은 그 순서를 밟기에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되고 구속까지 되었더라도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항소심에 주어지는 기간은 정해져 있고 밟아야 할 순서는 길므로, 선고 결과를 받아 든 그 시점에 방향을 정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