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불송치 결정서에 적힌 네 줄, 그 근거는 어디서 나왔나
세 사람에게 함께 당했다는 고소로 특수강간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전원 혐의없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결정서에 적힌 이유를 하나씩 거슬러 짚어 봅니다.
Ⅰ. 사건의 개요
결론은 불송치였습니다. 세 사람 모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지 않은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일이 벌어진 곳은 도우미를 두는 노래방이었습니다. 이십 대 초반 친구 셋이 그 업소를 찾았고, 접객을 맡은 여성과 같은 객실에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러던 중 셋 가운데 한 명과 그 여성 사이에 관계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도 양쪽 말이 갈리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그 여성이 수사기관에 서면을 냈습니다. 세 사람이 힘을 모아 자신을 범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 청년의 신분이 하루아침에 바뀌었습니다.
Ⅱ. 사건 쟁점
서면에 적힌 대로 정리되면 이 사건은 특수강간이 됩니다. 형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에서 출발하고 최대로 깎아도 3년 6월이 남으며, 3년을 넘는 형에는 집행유예가 붙지 않습니다. 기소되어 유죄가 나오면 교도소행 외에 다른 결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손쓸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이 죄가 인정되려면 원하지 않았다는 사정 하나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제압한 정도가 저항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이어야 하고, 그 수준에 닿았는지는 특정 순간만 따로 잘라 보고 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역시 어쩌다 그런 힘을 쓰게 되었는지, 얼마만큼이었는지, 둘이 어떤 관계였는지, 일이 있기 전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묶어서 보라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그날 그 방 안에서 벌어진 일만이 아니라, 그 앞과 뒤에 남은 흔적이 판단의 재료가 된다는 뜻입니다. 변호인이 파고든 곳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불송치 결정서에 적힌 이유는 네 줄이었습니다. 그 각각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거슬러 보면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의 항목과 그대로 맞물립니다.
네 번째 줄 —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만났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고소인은 한참 동안 그 방에 남아 세 사람과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용 시간이 다 되어 먼저 나가도 된다는 말을 듣자 같이 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계산대 앞에서는 술자리를 더 이어 갈 생각인지 물으며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했는데, 이 말은 그 자리에 있던 종업원이 귀로 들었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는 세 사람 중 다른 한 명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변호인은 이 장면들을 벌어진 순서대로 늘어놓아 제출했습니다.
세 번째 줄 — 벗어날 기회와 방법이 충분했다
먼저 그 방의 위치를 보면, 계산하는 곳을 마주 보는 바로 맞은편이었습니다. 그 계산대에는 직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었고 화장실 역시 몇 걸음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문이 안에서 잠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형태의 업소는 관련 규정상 객실 안쪽에 잠금장치를 달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조사 기록에 남은 그날의 동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성은 필요할 때마다 화장실을 드나들었습니다. 심지어 문제된 시간대에도 직원 한 명이 이용 시간을 더 쓸 것인지 확인하러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정말 빠져나올 수 없었다면 그 직원을 붙잡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은 없었고, 도움을 청하는 다른 어떤 행동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줄 — 진술을 받쳐 줄 자료가 부족하다
상대가 내세운 자료 가운데 하나는 일이 있고 얼마 뒤 의뢰인들이 보낸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였습니다. 설명 없이 두면 자백처럼 보일 수 있는 물건이었으므로, 변호인은 이 문자가 왜 나갔는지부터 짚었습니다. 세 사람은 이런 일에 이름이 오르면 결백해도 벌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고 겁을 먹은 상태였고, 오해가 풀리면 조용히 정리되리라 여겨 연락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고소인 쪽이 남긴 메시지도 함께 있었습니다. 돈으로 마무리하자는 취지의 연락이 여러 차례였고, 구체적인 액수가 오갔으며, 성범죄에서 합의금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설명하는 영상의 주소까지 전송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줄 — 강제로 당했다는 진술 자체가 없다
네 줄 가운데 가장 밑바닥에 놓인 대목입니다. 변호인은 양쪽 조서를 나란히 두고 한 문장씩 대조했습니다. 그랬더니 술을 마시던 중 의뢰인 하나가 말로 물었고 여성이 여기에 대답을 했다는 내용, 그 뒤 이어진 접촉을 여성 쪽에서 먼저 시작했다는 내용이 어느 쪽 조서에도 똑같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자리를 함께 지키던 또 다른 접객원도 이 장면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묻고 답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도중 여성이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 정황까지 확인되었습니다. 반항이 봉쇄된 상태라면 성립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Ⅳ. 결과
담당 수사관은 세 사람 누구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사건을 검찰로 올려보내지 않았습니다. 결정서에 붙은 이유는 앞서 살펴본 네 가지입니다. 제압당했다는 취지로 여성이 직접 말한 적이 없다는 것, 신고 내용을 뒷받침할 물건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그 뒤로도 자리를 떠날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후에도 상대를 스스로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슬러 보면 이 네 줄은 수사기관이 스스로 찾아낸 것이 아닙니다. 잠금장치가 없는 구조를 확인하고, 종업원이 들은 말을 확보하고, 조서를 문장 단위로 겹쳐 보고, 불리하게 읽힐 자료의 배경까지 먼저 설명한 뒤에야 그 자리에 놓인 문장들입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갈려 있었던 셈입니다.
죄가 없다는 결말은 같아도, 조사 단계에서 매듭짓는 것과 법정을 몇 해 오간 끝에 듣는 것은 그 사이에 잃는 것이 다릅니다. 신고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셨다면 첫 조사에 나가기 전에 비슷한 사건을 겪어 본 변호인부터 만나 보십시오. 그리고 상대 쪽에 먼저 연락해 미안하다거나 해명하는 말을 남기는 일은 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